시각장애인 유튜버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에 재학 중인 허우령입니다. ‘우령의 유디오’ 채널에서 시각장애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떤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나요?
한소네에서 나온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14살에 처음으로 눈이 나빠졌어요. 이후 시각 장애 특수학교에 다녔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점자정보단말기를 배웠어요. 현재 한소네와 화면 해설 프로그램 ‘센스리더’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점자정보단말기란?
점자정보단말기는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점자 노트북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서 작업도 가능하고, 책을 한글 파일이나 텍스트 파일로 옮겨 책도 읽습니다. 전 점자정보단말기로 주로 문서 작업을 해요.
센스리더 가격이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사비로 구입하나요?
복지관에서 대여할 수 있어요. 정부 보조금을 이용해 할인된 가격에 살 수도 있고요. 이를 위해선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신청 절차가 정말 힘들고 복잡해요. 절대적으로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보조기구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요?
특수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한소네 기기를 알게 됐어요. 그전에 완전 전맹은 아니고, 왼쪽 눈의 잔존 시력이 약간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글자를 보기엔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까지는 확대 독서기를 이용해 글자를 봤어요. 근데 확대 독서기로 책을 빨리 읽기는 어렵더라고요. 시험 보기도 힘들고. 그래서 점자를 배웠어요. 하지만 점자책이 정말 두꺼워요.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요. 점자는 점판이나 점필로 찍어야 하는데 손가락도 아프고... 효율적인 측면에서 점자정보단말기를 배웠어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위해 앞으로 점자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인생에서 보조로 같이 다닐 친구라고 생각해 배웠습니다.
수업 시간에 점자정보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주나요?
학교 수업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 특수학교가 유, 초등학교부터 있어 초등학교 때 점자를 많이 알려줍니다. 그때 한소네를 배운 친구들이 많아요. 저처럼 중간에 학교에 들어오면, 방과 후 시간에 따로 배웁니다. 중간중간 선생님한테 요청해서 배울 수도 있어요.
한소네는 지금도 쓰고 있나요?
한소네도 버전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더라고요. 현재 ‘한소네 U2’를 쓰고 있어요.
한소네를 처음 배웠을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한소네를 쓰려면 일단 점자를 알아야 해요. 한소네는 자판 키보드가 아니라 육점으로 이루어진 키보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점자가 육점으로 되어 있거든요. 처음에 키보드를 치는 동작과 단축키를 외워야 했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센스리더도 화면을 낭독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지?’ 했어요. 센스리더의 낭독 속도는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어서, 처음엔 편한 속도로 듣다가 점점 빠르게 듣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키보드 단축키를 모두 외우진 못해요. 주로 쓰는 기능만 이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크린 리더 사용자들은 주로 어떤 운영체제를 사용하나요?
센스리더가 윈도우 기반이라 많은 친구들이 윈도우를 써요. 맥북의 ‘보이스 오버’가 궁금해 바꿔볼까 싶기도 한데, 단축키를 또 외워야 하니깐 아직 못 바꾸고 있어요.
노트북과 휴대폰 중 어떤 기기로 웹사이트를 더 많이 이용하나요?
휴대폰으로 더 많이 이용해요. 중, 고등학교 때 갤럭시를 쓰다 아이폰으로 바꿨어요. 갤럭시의 보이스 오버 ‘톡백(TalkBack)’이 아이폰에 비해 덜 좋더라고요. 터치감과 목소리 면에서요.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 보이스 오버 기능은 아이폰이 제일 좋다고 들었어요. 보이스 오버의 경우 휴대폰 자체 기능은 잘 읽어주는데, 앱은 잘 안 읽어 주기도 해요. 대체 텍스트가 안 써져 있거나, 그림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요.
자주 사용하는 앱이나 웹사이트가 있다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구글, 유튜브 모두 다 자주 이용하고요. 지니도 써요. 넷플릭스도 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모두 화면 해설을 해줘요.
유튜브 댓글 반응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휴대폰 보이스 오버 기능으로 댓글을 듣고, 답장도 합니다. 영상 업로드도 하는데, 썸네일을 지정하는 건 편집자가 도와주고 있어요. 유튜브는 실시간으로 시간대별 조회수나 노출 빈도, 클릭 수를 볼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다 표로 되어 있어서 못 보고 있어요. 보이스 오버가 표를 읽어주지 못해요.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기반 위주의 SNS잖아요. 어떻게 사용하나요?
인스타그램에는 대체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칸이 있더라고요. 글자가 적힌 사진의 경우 보이스 오버가 글자까지 읽어줍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지보다 사람들이 쓴 글을 더 많이 보게 돼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이용하지 못하는데요. 보이스 오버가 스토리는 읽어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때,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는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대체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도 많고요. 저도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최근 미술관, 박물관을 가본 적은 언제인가요?
고등학교 때, 체험 학습으로 종종 갔어요. 하지만 작품을 만져볼 수가 없어 지루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더라고요. 대학교 때,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갔었어요. 제가 박물관 측에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니까 담당 큐레이터가 직접 공간을 안내해 주며, 작품을 만질 수 있게 해줘서 조각 작업을 만져 봤어요. 한국에서는 미술관에 잘 안 가게 되네요.
웹툰은 어떻게 이용하나요?
초등학교 때는 시력이 괜찮았어서 많이 봤어요. 네이버의 웹툰, 웹소설 기반 콘텐츠를 오디오 드라마로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 웹툰 서비스'를 통해 앱으로 들어요. 성우가 더빙으로 상황 설명을 디테일하게 해줘서 좋아요.
어떤 웹사이트는 기사를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데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기사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네이버에 있어요. 최근에 ‘기사나 블로그에 수록된 글을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읽어줘야 하나요?’란 질문을 받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천천히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근데 텍스트만 잘 읽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속청에 익숙하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필요는 없고, 음성으로 읽을 수 있는 버튼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한 거죠.
웹 접근성 인증 제도가 있지만, 대체 텍스트가 입력되지 않은 공공기관이 많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도 그렇고요. 혹시 웹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한 웹사이트가 있나요?
쿠팡을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긴 한데 제품이나 가격 정도만 설명이 적혀 있어요. 색이나 유통기한은 적혀 있지 않아요. 모범 사례로 떠오르는 게 없네요. 쇼핑 어플을 만드는 분, 논문 쓰는 분 등 다양한 인터뷰 요청을 받아 봤어요. 하지만 실제로 바뀐 사례가 거의 없었어요. 대중교통 버스도 지체장애인을 위해 저상 버스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데, “장애인은 버스를 잘 안 타지 않냐.”란 답변을 들었어요. 못 타니깐 못 쓰는 건데 안 쓴다고 하니 답답했었죠. 대체 텍스트도 마찬가지 같아요. 미술관에 대체 텍스트가 잘 기재되어 있다면 당사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요?